우리는 ‘마시멜로 실험’을 절반만 알고 있다

  • 카카오톡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대부분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눈앞에 마시멜로를 두고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아이가 먹지 않고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실험의 본래 취지는 ‘어린이가 즉각적인 유혹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를 알아보는 것이었으나 세간에서는 실험 후 추적 조사 결과에 더 관심이 모아졌다.

이 실험에서 오래 참은 아이일수록 어른이 되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높은 사회적 위치에 도달했다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뒤 수많은 엄마, 아빠가 어린 자녀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마시멜로 실험에 관심을 보였다. 너도나도 우리 아이의 절제력과 인내심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시멜로 하나를 두고 기대와 낙관으로 가득한 부모와, 애써 실망과 걱정스러움을 감추는 부모의 희비가 교차했다. 정작 그 모습을 보는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갸우뚱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염려할 것도 없다. 이렇게만 아는 것은 마시멜로 실험을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이다.


마시멜로 실험이란

1960년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이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

어린이들이 눈앞의 유혹에 대해 얼마나 절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였다.

유치원 선생님이 네다섯 살 어린이 한 명을 방에 데려가 1개의 마시멜로가 놓인 테이블 앞에 앉힌다. 그러고는 원하면 마시멜로를 먹어도 되지만 선생님이 나갔다 올 때까지 안 먹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준다고 알려준다. (선생님은 15분 뒤 돌아오는 것으로 실험은 설정되어 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아이

실험을 통해 알아본 아이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선생님이 나가자 바로 마시멜로를 집어 든 아이부터 나름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려 애썼으나 결국 참지 못한 아이, 15분 뒤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 등. 다양한 양상이 나타났다.

개인차는 있었지만, 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이 기다린 시간은 평균 512초였다. 9분이 좀 모자란 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곧바로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

이 연구는 당시 「유예됐지만 더욱 가치 있는 보상을 위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유아원생들의 자주적 유예에 관한 연구」라는 장황하고 어려운 제목으로 세상에 발표됐다.

마시멜로 실험의 후폭풍

당시 유치원생이던 미셸의 딸들도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했다. 딸들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도 함께 테스트에 참여했다.

미셸은 딸들이 자라며 자기 친구들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늘 칭찬을 받는 아이. 말썽을 부리는 아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 등, 여러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뜻밖에 아이들의 특징이 마시멜로 실험에서 보여준 기다림의 시간에 따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즉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오래 참은 아이일수록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교사들의 평가가 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연관성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자 미셸은 1982년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과거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의 부모와 교사들을 수소문해 설문지를 보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보인 행동 양식과 성격들을 묻는 내용이었다. (절제력 및 인내심과 연관 있는 질문들로 구성된 설문지였다.)

그 뒤 10년을 주기로 꾸준히 아이들을 추적해 조사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직접 당사자들에게 설문의 답을 구했다. 실험이 반복되는 동안 그 아이들은 어느새 50대 성인이 되었다.

추가 실험의 결과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끝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던 아이들은 (15분을 끝내 참아낸) 다른 아이들보다 미국 대학 수능시험인 SAT에서 평균 210점을 더 획득했다.

또 사회성이 높고 친구나 선생님을 포함한 주변인에게 인기가 많다는 평을 받았다.

마시멜로 실험과 성장 방향에 관한 연관성

참을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 아이들과 비교하면 비만도, 마약 문제 같은 부정적 지표에서도 관련성이 현저히 낮았다.

결과적으로 더욱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미지의 어른이 된 것이었다.

이후 마시멜로 실험을 응용하고, 재현한 연구들이 많이 이어졌는데 지능지수 또는 인지 능력을 알아보는 다른 실험보다 그 예측력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인종 및 민족에 따른 변수 역시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많은 부모들이 ‘마시멜로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 아이의 인내심과 자제력에 관심을 두고 있다.

마시멜로 실험의 편견과 오해

마시멜로 실험은 무명에 가깝던 미셸에게 유명세를 안겨주었다.

그의 이 실험은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인내심이 평생을 좌우한다.’거나 ‘인내심은 타고난다.’는 해석 역시 신드롬처럼 널리 퍼졌다. (오늘날까지도)

마시멜로 실험의 이런 해석은 편견과 오해에 가깝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가 너무 컸기 때문에 반대편에서 이 현상을 바라보는 이는 드물었다.

수많은 아류를 낳은 마시멜로 테스트 중 눈여겨 볼만한 실험이 하나 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의 인지과학자 셀레스츠 키드의 연구가 그것이다.

연구진은 네다섯 살 아이 28명에게 미술 도구(찰흙, 색종이 등)를 나눠주고 기다리게 했다. 몇 분 뒤 연구진이 돌아올 때까지 잘 기다리면 더 많은 재료를 나눠주기로 하고 자리를 비웠다.

그 뒤 14명에게는 약속대로 추가 재료를 지급하고 나머지 14명에게는 재료가 없어 줄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이들이 겪은 신뢰란 경험에 차이를 만든 것이다.

뒤이어 28명 아이 모두에게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신뢰를 경험한 아이는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평균 12분을 넘게 기다리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14명 중 9명이나 15분을 끝까지 기다렸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해피엔딩

신뢰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 그룹은 평균 3분을 기다리지 못했고 15분을 끝까지 기다린 아이는 단 1명 뿐이었다.

이 실험은 아이들의 인내력과 자제력이 처한 환경과 아이의 주변이 갖는 영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인내심은 타고나나 vs 만들어지나

처음 마시멜로 실험을 했던 미셸 또한 의미 있는 추가 연구를 시작했다.

1960년대에 처음 실시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잘 참고 기다린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연구였다.

가장 오래 기다린 아이는 테이블에 엎드려 있거나 눈을 가리는 행동을 했다.

또 오래 참은 아이 중 다수가 테이블에서 등을 돌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손장난을 하며 심지어 식탁 밑에 기어들어 가는 행동을 보였다.

아이들이 알고 했든 그렇지 않았든 눈앞의 유혹에 대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래서 미셸은 아이들을 나누어 ❶ 마시멜로를 그대로 노출한 그룹과 ❷ 덮개로 덮어둔 그룹, ❸ 마시멜로를 두고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라고 알려준 그룹, ❹ 끝까지 기다려서 2개의 마시멜로를 받는 상상을 하도록 한 그룹으로 조건을 달리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조건에 따라 아이들이 인내한 시간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오래 참은 아이

가장 오래 기다린 아이들은 ❸ 재미있는 생각을 한 그룹으로 평균 13분을 기다렸다. 그 다음은 ❷ 덮개로 마시멜로를 가린 그룹으로 평균 11분을 기다렸다.

반면 ❹ 2개의 마시멜로를 받는 상상을 안내 받은 그룹의 아이들은 채 4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제일 짧은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주위를 분산시키거나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요령(또는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자제력에 미치는 관련성을 밝혀낸 것이다.


나는 마시멜로 앞에서 어떤 아빠(엄마)였나

그동안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특별한 인내심을 보인 아이는 특수한 사회적 성공을 쟁취한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포스팅 본문에서 소개한 후속 실험들은 그 인내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4~5살 아이들의 인내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상당 부분은 타고난 기질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앞서 읽어본 내용과 같이 ‘신뢰에 대한 경험의 차이’, ‘집중을 발휘하는 요령’ 등의 다양한 요인이 아이의 인내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시멜로 실험하는 아빠와 딸

그 영향력에 막대한 지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이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답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마음 실험실 – 이고은 저》, 《세계 심리학 필독서 30 – 사토 다쓰야 저》 책을 통해 이 내용을 읽고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다.

나는 별가루 앞에서 어떤 인내심을 보여준 아빠일까? 며칠을 생각한 끝에 느끼는 바를 이 글로 블로그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