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망치는 칭찬 유형 3가지 (feat. 고래는 칭찬 대신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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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 가운데 가장 간절한 욕망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다.”

19세기,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이다.

최근으로는 한 번쯤 다들 들어봤을 미국 작가 ‘켄 블렌차드’가 집필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저서가 스테디셀러로 유명하다.

위의 인용 모두는 칭찬이 갖는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칭찬도 잘못하면 독이 된다.

대표적인 세 가지 역효과로 ❶칭찬이 야기하는 부담, ❷칭찬이 강화한 행동의 부작용, ❸결과 중심의 칭찬을 꼽을 수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역설

피그말리온 효과 (feat.훈육의 기술) 글에서 상대에 대한 긍정적 기대는 실질적으로 기대에 부응하려는 상대의 모습으로 나타남을 이야기했다.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함축한 내용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에 관한 심리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뛰어난 잠재력’이 있다고 일러주지 않았다. 대신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그런 정보를 따로 건넸다.

그로 하여금 교사들이 자연스레 해당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만들었고, 아이들은 교사가 본인에게 보이는 기대에 부응하려는 과정에서 학업 성과가 상당 부분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스텐포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은 피그말리온 효과 실험에서 세부 조건을 달리해서 유사한 실험을 했다.

뉴욕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퍼즐을 활용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퍼즐은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다.

퍼즐 미션에 집중하는 아이들

케롤 드웩의 연구팀은 무작위로 집단을 나누고 A팀에는 퍼즐을 맞춘 결과를 칭찬하며 ‘똑똑한 지능을 가졌다’는 칭찬을 했다. 다른 B팀에는 열심히 노력한 것에 칭찬을 했다.

잠시 뒤 두 번째 테스트를 공지했다. 이번에는 두 가지 퍼즐 중 하나를 선택해 푸는 것이었다.

1번은 첫 번째 퍼즐과 비슷한 수준이며 2번은 조금 더 어려운 퍼즐이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미 앞서 퍼즐을 잘 풀었으니 어려운 것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열심히 노력한 부분을 칭찬했던 B팀의 학생 90%는 더 어려운 2번 퍼즐을 선택했다. 반면 지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받았던 A팀의 학생 대부분은 1번 퍼즐을 선택했다.

똑똑하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은 A팀의 학생은 모험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똑똑해야 된다는 부담이 생겼다.

여기에 마지막 실험이 더해졌다. 마지막은 A, B팀 모두에게 중학생 수준의 퍼즐 문제가 주어졌다.

B팀의 학생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퍼즐에 도전했다. 결국 정답을 맞히진 못했다. 이들은 스스로의 집중력이 부족했다며, 그래도 재밌는 문제였다고 했다.

어려운 퍼즐에 난감해 하는 아이들

반면 A팀의 학생들은 퍼즐 풀이 중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긴장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문제를 풀지 못한 원인으로 ‘자신이 똑똑하지 않아서’라는 피드백을 내놨다.

캐롤 드웩의 이 실험은 칭찬이 갖는 역설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캐롤 드웩 교수는 해당 심리 실험을 마치며 “노력을 칭찬하면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반면 타고난 지능을 강조하면 통제력을 앗아가게 됩니다. 실패에 대처하는 대책을 주지 못하는 거지요.”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양육 쇼크 – 포 브론슨, 애쉴리 메리먼 저》 참고)

뒤이어 반복된 비슷한 실험에서도 위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칭찬도 잘못하면 독이 됨을 보여주는 사례다. 잘못된 칭찬은 아이에게 부담을 지운다. 그 부담은 모험과 도전을 가로막는다.

여기에 더해서 노력보다 지능, 능력 같은 타고난 부분에 대한 칭찬은 실패를 맞닥뜨렸을 때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칭찬이 강화한 행동의 부작용

칭찬은 확실히 아이의 행동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별가루가 6살이 되던 지난해부터 집에서 ‘칭찬 스티커’를 쓰고 있다.

3가지 주제로 칭찬 스티커 붙이기를 활용한다. ‘스스로 골고루 밥 잘 먹기’, ‘한글 쓰기’, ‘ORT영어 프로그램 하기’ 이렇게 3가지이다.

칭찬 스티커

칭찬 스티커를 받는 행동 각각에는 보상이 있다. 대략 칭찬 스티커 4~5장을 모을 때 칭찬과 보상이 따랐다. (아이가 주로 바란 건 포켓몬 카드 뽑기.)

문제는 ‘스스로 골고루 밥 잘 먹기’에서 나타났다. 이때의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별가루도 식탁에서 스스로 밥 먹기가 쉽지 않았다. (혼자 먹기는 하지만 속도가 더디고 원하는 반찬 위주로 먹는다.)

칭찬 스티커를 마련한 뒤 제법 효과가 나타났다.

한 숟가락이지만 안 먹는 반찬에도 손이 갔다. 또 밥 한 그릇을 다 비우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만큼의 아이의 칭찬 스티커도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한 뒤 샤워를 마쳤다.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같이 고르는데 아이가 저녁에 먹었던 것을 다 게워 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적잖이 당황했으나 다행히 큰 탈이 난 것은 아니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칭찬 스티커를 받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 밥을 먹었던 것이었다.

이런 부담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나타났다. 이를 헤아리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엄마, 아빠의 잘못이었다.

그날 이후, 집에서 ‘스스로 밥 잘 먹기’ 칭찬 스티커는 없어졌다. 그 뒤 아이의 행동은 어찌 되었을까?

확실히 골고루 먹기와 스스로 먹기가 약화되었다.

그래도 아이는 그런 식사 예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눈치다. 빈도는 줄었지만, 가끔 골고루 스스로 잘 먹는 끼니도 있다. 그때는 아이를 듬뿍 칭찬한다.

예고된 조건의 달성으로 비롯한 예정된 칭찬이 아니니, 이때 하는 칭찬의 효능도 높다.

나머지 칭찬 스티커들과 관련된 아이의 행동은 어떠할까?

영어 공부를 위한 ‘ORT 프로그램 하기’는 여전히 칭찬 스티커가 큰 동기가 되고 있다. 딱 칭찬 스티커를 받을 만큼의 ORT 영어 공부를 한다. 아마 칭찬 스티커가 없다면 스스로는 그 행동을 하지 않을 듯하다.

일기 쓰는 아이

반면 ‘한글 쓰기’의 경우는 칭찬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하루 목표치를 달성한 뒤에도 스스로 원하는 만큼 더 한다. (놀이 형태로)

한글을 제법 알게 된 뒤, 나름 일기도 편지도 쓰는데, 그것에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칭찬이 아이의 행동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는지 그 효과를 실감했다. 또 칭찬이 없어지자, 그 강화되었던 행동이 느슨해지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반면, 한글 쓰기처럼 칭찬을 통해 아이 스스로 동기를 찾은 뒤에는 꼭 칭찬이 없더라도 그 행동이 이어짐을 확인했다.

칭찬에 대한 이해가 여기에 닿자, 이 막강한 툴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칭찬은 확실히 그 행동을 강화한다. 대신 오류를 범하거나 남용하는 칭찬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필요할 때 잘 쓰면 약인데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되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결과만 칭찬하게 된다

닌텐도를 사고 갖고 싶은 아이에게,
핸드폰을 바꾸고 싶은 아이에게,
TV를 보고 싶은 아이에게,
놀이동산에 가고 싶은 아이에게

“오늘 학습지 다 하면 해줄게.”
“태권도 승단 심사에서 검은 띠 따면 해줄게.”
“이번 시험에서 OO점 맞으면 해줄게.
“OO대회에서 O등 하면 해줄게.”

우리는 높은 확률로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거나, 내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이 조건부 칭찬 공약은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대신 이런 유형의 칭찬은 결과 중심적이라 과정을 외면하는 폐단이 있다.

첫 번째로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아이의 그 행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는 아이 입장에서 그 행동에 대한 칭찬과 보상을 먼저 요구하게 된다.

닌텐도를 생각하며 공부하는 아이

“아빠, 거실 정리는 내가 할게요, 다 하면 같이 닌텐도 게임해요.”

이 정도의 요구는 능동적인 데다 귀엽기도 하다.

“양치할게요. 그럼 뭐 해줄 거예요?”

이것은 어떤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그에 따른 칭찬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칭찬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에 대해 시도하지 않게 된다. (노력도 마찬가지)

쉬운 예로, 잘하는 그림 그리기는 다 그리고 짜잔 하고 보여주면 엄마, 아빠가 으레 ‘멋지다’, ‘예쁘다’같은 칭찬을 한다. (정말 잘 그리기도 하고) 반면 종이접기는 아이 스스로 완성하지도 못하고 그에 대한 엄마, 아빠의 칭찬이 없다.

어느 날 흥미가 동해 종이접기를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본인이 보기에도 결과물이 예쁘지 않다. 며칠 더, 몇 번 더 해보면 잘할텐데 아이는 내일부터 종이접기 대신 그림 그리기를 다시 한다.

결과 지향적 칭찬에 익숙한 아이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의 행동 패턴이다.


칭찬의 기술 (feat.칭찬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아이에게 어떤 칭찬을 해줘야 할까? 나는 조선미 저자의 《현실 육아 상담소》 책에서 몇몇 팁을 찾았다.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칭찬을 한다.

칭찬은 필연적으로 어떤 행동을 강화한다.

그림을 그리면 칭찬받게 되니 그림을 더 그린다. 그래서 더 그림을 잘 그리니 또 칭찬받는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계속 그리면 쉽게 칭찬받게 된다. 자연스레 다른 무언가 대신 늘 칭찬받는 행동으로 시야가 좁아진다.

어떤 것을 새롭게 도전했을 때, 그것의 성과와 관계없이 칭찬한다. 스케이트를 타보니 넘어지기만 한다. 엄마, 아빠는 관심을 보이고 다시 일어서 타는 내 모습을 칭찬한다. 그래도 잘 타지 못하고 아프기만 해서 다시 타지 않았다.

이렇게 전달된 칭찬은 아이의 의식에 남아, 훗날 언젠가 스케이트를 접했을 때 좋은 기억으로 다시 행동하게끔 이끈다. 예전에 스케이트를 처음 타던 날 부모로부터 아무런 칭찬이 없었던 아이와는 다르다.

경남 안전체험관에서 완강기 체험 중인 아이

지난해 아이와 경남 안전 체험관을 찾았다. 각종 소방 체험 중 완강기를 직접 타고 내려오는 체험이 있었다. 다른 곳에는 보기 힘든 체험이라 아이에게 권했다.

별가루는 헬멧과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2층까지 올라갔지만 끝내 내려오지 못했다.

6살 딸에게는 무서운 높이였다. 해내지 못했으나 2층 난간에 올라선 것만으로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음을 알려주었다.

약 2개월 뒤 다시 찾은 경남 안전 체험관.

딸아이가 먼저 “아빠, 오늘은 줄 타고 내려오는 체험해 볼래.” 라는 말을 꺼낸다. 속으로 놀랐지만 혹 오늘 또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일러주었다.

별가루는 마침내 완강기 체험을 해냈다. 2달 전 그냥 내려온 뒤 오늘까지 아이의 감정과 기분이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아이의 용기에 칭찬을 보냈다.

이처럼 결과가 아닌 그 과정과 노력에 대한 칭찬은 받는 이에게도 하는 이에게도 큰 파장을 안겨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칭찬은 엄밀히 따지면 격려다.

격려는 칭찬보다 좀 더 세세한 부분을 살핀다. 그 과정과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실패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아이에 대한 칭찬에 여러 고민을 한 뒤 가급적 좋은 말도 아이에게 건넬 때는 신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