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기분을 모른 체하는 훈육법 –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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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란다. (6살이 되었다.)
아이의 고집도 자란다. 주장도 강해진다.

나는 아이의 그런 모습에 당황하기도 놀라기도 한다. 간혹 훈육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게 내키지 않아 몇 번을 망설인다.

겨우 단호한 태도로 아이와 마주하고 나면 서로 마음이 안 좋다. 그래서 찾은 책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에서 일부 답을 찾았다.


직관적 아빠의 훈육법

나는 직관적인 사람이다.
이 직관은 분위기를 읽는 데 유용하다. 또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는데도 꽤 성능을 발휘한다.
나는 이것을 잘 활용해 타인에게 밀도 있는 배려를 건네곤 한다.

아이를 대함에 있어서도 이 직관은 그 값을 하는데, 나는 별가루의 감정을 충분히 존중한다. (자평하자면 그렇다.)
미성숙한 표현으로 당장의 기분을 그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아이를, 나는 잘 헤아린다.

아이가 느끼는 부족함, 불편함이 가져올 상황을 미리 예견해 차단한다. 가령 놀이동산을 가기 전 ‘산리오 캐릭터 머리띠’를 미리 사두는 식이다.

놀이동산에 놀러간 아빠와 딸

놀이동산에 입장하면 풍선부터 바람개비 등 여러 기념품이 즐비하다. (다만 가격이 터무니없다.)
아이는 그것이 갖고 싶고, 엄마는 프리미엄(바가지)이 붙은 가격이 못마땅하다. 모녀 사이의 긴장감이 맴도는 시점이다.

그 상황을 대비해, 놀이동산 입구에서 미리 사둔 ‘쿠로미 머리띠’를 아이에게 건넨다. 사전에 마찰이 예상되는 상황을 차단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싫은 나는 이런 방법으로 단호한 나를 꺼내지 않는다.

무심해서 좋은 훈육법

절로 발동하는 직관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굳이 알아서 좋을 것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

모처럼 칼퇴근 해서 집으로 곧장 향했다.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거실에서 뛰어 오는 아이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예상보다 빨리 집에 온 탓에 아내의 손이 분주해진다. 평소보다 저녁 준비가 빨라진 탓이다. 그래서인지 식탁에 올라온 된장찌개, 계란찜이 짜다.

아이가 연신 물을 들이킨다. 아내도 그것을 알고 있다. 표정이 좀 불편해 보이기도 하다.
그것을 놓칠 리 없는 나는 “평소보다 조금 짠데, 너무 급히 하다 보니 그랬나 보다.”라고 위로를 건넨다.
내 입장에서는 위로인데, 아내 입장에서도 위로일까 싶다.

오히려 별말 않고 그냥 식사하는 것이, 위로라고 한 마디 건네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 영 아니면 말없이 밥을 남기는 편이 더 좋았을 테다.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에서 관련 대목이 나오는데 그것을 읽고 느낀 바가 많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것이 상대의 치부나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이라면) 일부러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아빠와 손 잡고 걷는 아이

유치원 하원 시간에 가보니 아이의 바지가 바뀌었다. (유치원 가방에는 아침에 입고 간 바지가 비닐에 담겨 들어있다.)
아이가 화장실 실수가 있었다고 먼저 말하지 않으면 굳이 알은체하지 않는다.

집에 와서는 아내에게 입 모양과 윙크로 사인을 보낸다. 아이 몰래 슬쩍 바지가 담긴 비닐봉지를 건넨다.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를 읽고

9살 또는 10살 겨울의 기억이다.
저금통을 털어 수족관에서 작은 어항과 금붕어 3마리를 샀다.

산소 공급기를 같이 살 여유는 없었다.
물을 자주 갈아주면 된다는 수족관 사장님의 설명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될 물갈이를 3~4일에 한 번씩 바꿔주었다.

겨울 추위가 한창이라, 차가운 물 속 금붕어들이 안쓰러웠다. 따뜻한 물 한 컵을 어항에 더 부어주었다. 그래도 측은한 맘이 들었다.
다음날, 학교에 다녀오니 아침까지 멀쩡했던 금붕어들이 배를 드러내고 뒤집혀 있다. (사실은 멀쩡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 마음의 많은 배려가 낳은 비극이었다.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를 다 읽고 나니, 잊고 있던 내 9살 (또는 10살)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잘하겠다고 별가루의 결핍을 하나하나 찾아서 메워주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핍을 모르는 아이는 작은 충격에도 쉬이 꺾인다.

내가 조금 무심했다면 어린 시절의 금붕어들은 그 겨울을 잘 보냈을 테다.

아이가 자라며 마주하는 훈육에 대한 나의 태도와 노선을 정하는데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는 일부 답을 주었다. 나는 그것에 꽤 공감여 블로그의 한편에 그 답을 남겨둔다.

별가루가 자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