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사용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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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포스팅 응급실 대신 해열제 교차복용 A to Z에서 어린이를 위한 해열제 성분, 복용 방법과 간격, 용량 계산, 해열제 교차 복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글은 해열제에 관한 거시적 관점의 개략적 내용에 대해 다루었다. 오늘 포스팅은 해열제를 사용한 뒤 발생할 수 있는 상황별 필요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가령, 열나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안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앞의 글을 읽은 이라면 ‘이럴 때 다른 성분의 해열제 교차 복용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고려할 것이 아이에게 충분한 양의 해열제를 먹였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여러 엄마, 아빠들이 ‘아이에게 해열제를 많이 먹이는 것은 좋지 않아.’라는 심리가 있다. 그런 연유로 아이의 열이 떨어지는데 충분한 양의 해열제 먹이지 않아 약효가 안 나타난다. (「의사 아빠 깜신의 육아 시크릿 – 김종엽 저」 참고)

그 밖에도 아이들의 해열제에 관해 ‘열나는 채로 잠든 아이를 깨워서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 ‘해열제를 먹었는데 열이 내리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해열제를 먹인 뒤 금방 토했는데 다시 먹여야 할까?’ 등 다양한 의문이 드는 상황이 생긴다.

별가루가 6살이 될 때까지, 나는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이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라면 대개 경험했을) 많이 겪었다. 오늘은 그런 기억을 추려 글을 써본다.


해열제 먹었는데 열 내리고 있는 게 맞나?

해열제를 먹이고 1~2시간가량 지났는데, 아이의 체온이 37.9~38.1도를 왔다 갔다 한다.

속 시원하게 열이 확 떨어진 것은 아닌데, 조금 내려간 것도 같다. 이러다가 열이 다시 확 오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교차 복용해야 하는지 고민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굳이 해열제를 많이 먹이고 싶지 않다는 것 역시 솔직한 마음이다.)

이럴 때는 아이의 손과 발을 만져본다.

손발에 열감이 있으면(따뜻하면) 열이 내리는 중이다. 반대로 손발이 차갑다면 열이 다시 오를 조짐이 있다.

해열제 사용이 필요한 아이

몸에 열이 나는 상황에서는 대사를 빠르게 하기 위해 혈액이 중요한 부위로 몰린다. 상대적으로 그때 중요하지 않은 말단, 피부 등에는 혈액이 많이 가지 않는다. 그로 인해 손발이 차가워진다. (「3살까지 아기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 여은주 저」 참고)

반면, 몸에 열이 오를 만큼 올랐다면 그때부터는 신체 모든 부위에 혈액 순환이 골고루 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손발 역시 따뜻하다. 이 이상 더 열이 오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다음부터는 해열제의 도움으로 열이 내릴 일만 남았다.

해열제 먹고 토한 아이, 어떻게 하나?

열이 심하게 올라 기침을 자주 하는 아이들의 경우 종종 토하는 예가 있다.

이 경우 많은 엄마, 아빠는 해열제를 다시 먹여야 할까? 그랬다가 너무 과한 양의 해열제를 먹이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통상 해열제는 복용 후 20~30분 정도 지나서 위장에 흡수된다.

아이가 해열제를 먹고 토한 시간적 텀이 30분을 지났다면 해열제를 다시 먹이지 않고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 열나요 – 신재원 저」 참고)

아이가 먹은 해열제의 성분이 ‘이부프로펜’이라면 1~2시간 뒤, ‘아세트 아미노펜’일 경우는 그보다 빠른 30분~1시간 뒤 해열 효과가 나타난다.

각 성분의 약효가 나타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기다려 보았으나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해열제를 먹인다. (애매하다면 앞서 먹인 성분과는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교차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열제 교차 복용에 관해서는 앞의 포스팅응급실 대신 해열제 교차복용 A to Z을 참고한다.)

만약 해열제를 먹고 채 30분이 지나지 않고, 토사물에서 해열제의 색깔이 관찰된다면 곧바로 해열제를 다시 먹이도록 한다.

열난 채 잠든 아이, 깨워서 해열제를 먹이는 게 좋을까?

좀처럼 열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 해열제를 먹여서 약효가 돌 때는 괜찮으나 금세 열이 오르는 아이.

그러다 아이가 겨우 잠들면 엄마, 아빠는 돌아가며 밤새 아이 옆에서 열 보초를 선다. 문제는 자는 아이의 몸이 뜨끈뜨끈 할 때다. (어디서 봤던 ‘고열인 아이를 너무 방치하면 뇌 손상이 온다’는 이야기도 생각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이를 깨워서 해열제를 한 번 더 먹일까 고민된다.

해열제가 필요한 온도의 아이

우선 고열로 인한 아이의 뇌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는 42도에 육박할 만큼의 고열이 지속될 때 해당한다. 이만큼 고열로 치닫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장시간 뜨거운 차량 안에 아이가 방치되어 있거나, 뜨거운 사막을 보호 장비 없이 횡단하는 경우 체온이 42도 이상 올라갈 수 있다. (「초보 부모를 위한 의사 아빠의 육아 상식사전 – 서정호 저」 참고)

따라서 자는 아이에게 열이 나더라도, 다른 증상 없이 잘 자고 있다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다만, 아이의 체온이 39도가 넘고 끙끙 않는 소리를 내거나 힘들어하는 기색이 있다면 깨워서 해열제를 먹이는 것도 고려한다. (단순히 체온만 39도 이상일 뿐,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계속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권한다.)

아픈 아이를 재우고 곁에서 간호해 본 엄마, 아빠라면 알겠지만 잠에서 깬 아이를 다시 재우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 먹인 뒤, 아픈 채로 다시 잠들지 못한 아이와 같이 밤을 지새우는 모험은 별로 권할 만한 일이 아니다.


아이 열 관리보다 더 중요한 탈수

열이 나는 아이는 축 늘어진다. 입맛도 없다. 음식은 물론 마시는 것도 마다한다.

체온이 1도 오르면 수분 섭취량이 10% 더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는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로인해 장운동이 둔해지고 더욱 안 먹으려 한다.)

그 결과, 아이에게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쉽게 나타난다.)

탈수가 오면 또다시 체온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탈수가 의심되는 아이들은 소변을 보지 않는다.
기저귀를 찾는 아이들의 경우, 평소라면 기저귀를 갈아줄 때가 되었지만 6~7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저귀가 별로 무겁지 않다.

또 축 처진 아이가 계속 잠만 자려 한다. 입술과 혀가 말라 있다. 피부 또한 건조하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탈수를 대비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보리차나 물을 마시도록 하는 것이다.

별가루의 경우 이런 것들을 정 입에 대지 않아 달콤한 맛이 나는 이온 음료를 주기도 했다. (처음 먹어보는 맛에 겨우 조금 먹던 별가루)

다만, 설사를 동반하고 있는 아이라면 과일주스나 이온 음료처럼 당분이 많은 음료는 추천하지 않는다. (전해질 성분은 적고 당분이 높은 음료는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다.)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면 약국에서 파는 전해질 용액을 구입해 마실 수 있도록 하거나, 응급실을 찾아 수액(생리식염수를 급속으로 아이 정맥에 주사하는 조치)을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