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하는 엄마, 입맛 도는 아빠 (임신 4~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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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는 과정으로 산모는 임신 2개월(7~8주) 무렵 입덧을 시작한다.

보통 음식 냄새를 맡으면 구역질하는 토덧이 많으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체하거나 침을 못 삼켜 계속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식사 후 돌아서면 음식이 당기는 먹덧을 경험한다.)

임신 3개월 무렵(12주) 입덧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해서 임신 4개월 즈음(16주)이 되면 입덧이 끝나는 시기로 본다. (예외로 출산 전까지 입덧의 고통에 힘들어하는 산모도 있다.)


입덧 중 그나마 먹을 만한 한 세 가지

산부인과를 몇 번 다녀온 뒤 와이프는 수순대로 입덧을 시작했다.

흔히 아는 것처럼 음식 냄새를 맡는 것이 불편했고 먹는 것은 더 어려웠다.

나는 큰 변함이 없었다.

늦은 밤 야식을 시켜 맥주 한 캔을 나누는 파트너가 없어진 것이 변화라면 변화였다.

먹지 못해 애 먹는 아내를 두고 혼자 먹을 수 없어 자연스레 집에서 야식이 없어졌다. (임신의 순기능)

입덧 중 아내는 겨우 아이스크림을 조금이나마 먹었다. (많이 먹지는 못했다.)

도저히 식사를 못 하는 경우는 아이스크림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나는 밥그릇을 앞에 놓고 와이프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통을 맞은편에 놓고 식사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입덧 중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음식은 크래커였다. (마트에서 흔히 파는 ‘참’, ‘IVY’ 크래커 등) 이마저도 많이 먹진 못했다.

배 속에 아기를 생각해서 뭐라도 먹어야 했기에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크래커를 틈틈이 먹었다. (입덧 중 산모가 조금 덜 먹더라도 아기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강박을 갖고 음식을 억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입덧하는 산모


마지막은 음식이라기 뭐하지만 얼음을 자주 먹었다.

입덧이 심하면 아이스크림도 크래커도 먹기 힘들었다. 그때는 얼음이라도 입에 물었다. (보리차나 둥굴레차 를 얼음으로 만들어 먹었다.)

임신오조증 피하기

흔히들 입덧은 생리현상처럼 나타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문제는 50명 중의 1명꼴로 입덧의 고통이 계속되어 임신오조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임신오조증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은 입덧으로 5Kg 이상 살이 빠지고, 구역질할 때 위액까지 토해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심한 사람은 열흘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이도 있다.

입덧은 공복에 더 심하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좋다. (우리 와이프처럼 아이스크림이라도 먹는 게 좋다.)

심할 경우는 병원을 찾는다. 진료받고 위장약이나 구토억제제 등을 처방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수액도 맞는다.)

정작 아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쓰러운 마음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손발을 주무르면 위장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수시로 아내의 손발을 쥐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은 당연했고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게 됐다.)


아들일까? 딸일까?

임신 4개월로 접어들면 입덧이 가시기 시작한다.

험난한 여정이었던 입덧이 좋아질 무렵이 되면 아이의 성별을 확인하는 때가 찾아온다.

초음파로 태아의 성기를 확인하는 시점이 빠르면 임신 12주 정도면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법 20조의 ‘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 조항으로 산부인과에서 아기의 성별을 미리 알려줄 수 없다.

이 배경에는 과거 남아선호사상의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던 때, 여아인 것을 알고 낙태를 일삼는 상황이 빈번해지자 성별 확인을 금지한 것이다.

이는 2023년에도 여전히 유효해 의료법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부모의 정보 접근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의료인의 직접 수행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아 임신 32주 이후 태아는 성 감별을 허용한다.

현실을 어떤가?

부모에게 아이의 성별은 임신 기간 중 손꼽히게 중요한 요소다. 12주면 알 수 있는 것을 두 달을 더 기다려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알기 때문에 임신 4~5개월 정도가 되면 많은 병원에서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우리는 초음파 사진을 보며 “아이가 참 예쁘죠. 나중에 치마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라는 설명을 들었다.)

개중에는 이 무렵에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성별을 알려주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또 받았다던 예가 더러 있다. (진료비가 추가로 몇 번 더 나가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알고 싶은 부모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는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 신발을 분홍색으로 찾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