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눈보다 강해서 (임신 2~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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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긴 했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2줄이 표시된 임신테스트기를 보고 와이프와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기다렸던 소식이 틀림없는데, 내 감정은 어딘가가 덜 채워진 것 같았다.

환희의 감정인 것 같긴 한데 그 채도가 선명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 사이 와이프는 입덧을 시작해 밥 먹기를 힘들어했다. 평소보다 나른하다 했고 누우면 금방 잠들었다. (원래도 잘 자긴 하지만)

아빠가 되었는데, 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어제와 별반 차이가 없는 오늘을 보냈다.

괜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쁜데 혼란스러웠다.



임신 극초기, 커피 어떻게 할까

우리 부부는 커피를 꽤 즐기는 편이다. 하루에 서너 잔을 마시는데 특히 아침의 커피는 하루를 시작하는 일종의 의식 같았다.

와이프는 그랬던 커피를 더 이상 마실 수 없었다. 산모가 섭취한 카페인은 태반을 통해 아기에게 전해진다.

임신 극초기에는 카페인이 유산과 관련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저체중아를 출산하도록 영향을 미친다.

다행이라면 하루에 아메리카노 한잔(스타벅스 톨 사이즈 기준으로 150mg 카페인 함유) 정도는 마셔도 괜찮다는 것이다.

임산부 일일 카페인 섭취 권고량

식품의약안전처에서는 임산부가 섭취할 수 있는 일일 최대 카페인 권고 량을 300mg 이하로 안내한다.

임산부가 마시는 커피와 관련해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이보다 적은 하루 2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를 권고한다.


그런데도 와이프는 커피를 멀리했다.

정말 마시고 싶을 때는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어서야, 며칠 만에 디카페인 커피 1잔을 마시거나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한 모금 먹는 정도였다.

주의할 점은 커피가 아니라도 초콜릿, 탄산음료 등 일상에서 우리가 먹는 것 중 의외로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 많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날에는 다른 음식도 더 신경을 썼다.

덩달아 나도 집에서는 커피 마시기를 멀리했다.

양육비 계산하기

임신을 접한 기쁨만큼 어떤 위기감이 같이 몰려왔다.

나는 금전적인 영역에 있어서 아주 둔감한 사람이다. (그러면 안 되는데 경제관념에 밝지 않다. 늘 고민이다) 그런 나도 불쑥 걱정이 앞서는 것은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래된 자료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에 아이가 태어나 대학 졸업까지 필요한 양육비가 3억 원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2023년의 물가 상승률, 경제 성장률이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그 금액은 4~5억 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씁쓸하게도 그것은 아빠가 된 지 6살이 된 내게 현실이 되었다.(둘이 쓰는 것과 셋이 쓰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위안이라면 넉넉지 않은 것을 현명하게 적절히 쓰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라고 자기 합리화를 잘한다.)

임신을 계획하거나 임신 중 또는 막 아기를 출산한 부모라면 아래의 ‘양육비 계산기’ 링크를 통해 필요한 비용을 대략적이나마 알아볼 수 있다.

양육비 계산기 실행 화면


✈ ‘양육비 계산기’ 바로 가기


듣는 것은 보는 것보다 강해서

임신테스트기 2줄로 임신을 확인하고 산부인과를 들러 초음파 검사로 아기를 만났다.

처음에는 태아가 너무 작아서 복식 초음파로는 검사를 할 수 없다.

대신 질식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기를 확인한다. (직접 질 속으로 검사기기를 집어넣기 때문에 여성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의사 선생님이 설명해 주지만 아기를 식별할 만한 자료는 아니었다. 다만 아빠가 되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열흘 후, 약 임신 7~8주 무렵,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질식 초음파 검사 대신 배 위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콩 쾅, 콩 쾅’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작고 경쾌한 심장 소리가 빠르게 반복되었다.

흑백 (초음파)사진으로 아기를 볼 때와는 달리 우리 아기가 와이프의 배 속에 있음이 직접 느껴졌다.

사실 그전까지는 임신을 접하고 아빠가 된다는 것이 비장하게 여겨졌다.

임신 2개월 때, 아이의 심장 소리를 직접 듣고 나서 실감이 났다. 무언가 벅찬 감정으로 가득 채워졌다.

비로소 아빠가 된다는 것의 환희란 감정이 진한 채도로 선명해졌다.


아빠도 같이하는 임신

우리 부부는 지금 아기를 만나기 전 아픈 경험을 했다. 그런 연유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아기를 맞이했다.

나는 임신, 출산 책 몇 권을 새로 책꽂이에 들였다. 앞서 아빠가 된 친구와 동료들에게 물음이 많아졌다.

나는 나름대로 임신과 출산에 관한 공부와 고민을 해나갔다.

임신 초기,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은 시기이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은 아내에게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고 피가 나는 것이 아니면 괜찮대.”라고 했다.

이미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었지만 막연한 불안에 대한 확신과 공감이 필요한 듯 해 건넨 한마디였다.

거기에 당신 혼자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섞어 같이 전했다

임신 후 커피를 끊고, 신체 리듬이 바뀌고, 생활양식의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아내에게 못내 미안한 터라 나도 같이 임신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의 심장 소리에서 벅찬 감정을 느끼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마음 쓰는 아내가 안쓰러웠다. 이런 감정들을 자주 느끼며 조금씩 조금씩 아빠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