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 “아빠 이 흔들려요” feat.유치 빠지는 순서

6살 딸, “아빠 이 흔들려요” feat.유치 빠지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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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돌 무렵의 아이 입에는 새하얀 눈송이 같은 앞니 4개가 새싹처럼 올라와 있다. 생후 6~10개월 사이 아래 앞니부터 시작해 어금니까지 올라오려면 두 돌 정도 걸린다.

이렇게 자리 잡은 유치는 6~7세쯤이 되면 앞니부터 빠지기 시작한다. 유치 빠지는 순서는 처음 이가 났던 대로 앞니, 작은 어금니, 송곳니 차례로 빠진다.

며칠 전 6살(62개월) 별가루의 앞니를 뽑았다. 아이에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6살(62개월) 별가루, “이 언제 빠져요?”

10월의 보름달이 뜬 어느 날, 아이의 첫 번째 유치를 뽑았다.

약 한 달 전부터 “아빠, 나 이빨 흔들려.”라고 말하던 아이는 아래쪽 앞니를 수시로 만졌다. 그러던 딸아이가 며칠 전부터 ”아빠, 이빨 언제 빠지는 거야?”라고 묻기 시작했다.

들여다보니 앞니가 제법 흔들린다. (내심 밥 먹다가, 양치하다가 툭 빠져주길 바랐건만)

30여 년 전, 내 이마를 ‘탁’ 치며 실을 묶어 흔들리든 이를 뽑아주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찾아보니, 실로 묶어 유치를 뽑는 고전적인 방법과 더불어 마이쭈 카라멜로 유치를 뽑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었다.

집에서 뽑아도 되는 유치 vs 안 되는 유치

누구나 한 번쯤 어린 시절, 집에서 이를 뽑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 우리 별가루의 첫 번째 유치도 집에서 뽑았다.

단, 집에서 유치를 뽑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흔들리는 유치 아래, 새로 자라날 영구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치과에서 X-ray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다.

간혹, 선천적으로 영구치 결손이 있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1~2개에서 서너 개의 영구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는 최대한 유치를 뽑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해야 한다.

아이들은 생후 1개월 무렵부터 71개월 사이 8회에 걸쳐 영유아 검진을 받는다.

그중 3번(생후 18~29개월, 42개월~53개월, 54개월~65개월)은 무료로 구강검진이 포함된 영유아 검진을 받는다.

별가루의 경우는 2번째 영유아 치과 검진에서 치아 X-ray를 찍었다.

유치 아래에 영구치가 알알이 박혀있었고 의사 선생님은 영구치 결손이 있는지 “아빠도 같이 세어보시죠.”라고 권했다.

다행히도 영구치 결손에 대해서는 별가루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을 사전에 검토했기 때문에 아이의 첫 번째 흔들리는 유치는 집에서 뽑았다.

유치 빠지는 순서가 중요한 이유

별가루는 아래 앞니 2개 중 오른쪽 이가 먼저 흔들려 뽑았다. 왼쪽 유치도 흔들리긴 하나 그 정도가 충분치 않다. (때를 더 기다려야 한다.)

앞서 영구치 결손을 잘 확인하고 유치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만큼 중요한 것이 너무 빨리 아이의 유치를 뽑지 않는 것이다.

영구치가 올라올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유치를 뽑아버리면 이가 빠진 빈 공간이 한참 유지(방치)된다. 그 경우 이를 뽑은 자리 양옆의 치아가 비어있는 곳으로 몰리고 치열이 바뀔 수 있다.

또, 양옆의 치아가 몰려 좁아진 공간으로 영구치가 잘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덧니처럼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잘못 이가 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엄마, 아빠들은 아이의 유치 빠지는 순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흔히들 앞니 > 송곳니 > 어금니 순서로 유치가 자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쉽게 하는 착각이다.

아이들 이는 생후 6~7개월 무렵 앞니가 자라고, 첫돌이 지나서 작은 어금니가 자란 뒤 생후 16~18개월 쯤이면 송곳니가 뒤늦게 자란다. 맨 마지막으로 두 돌 무렵에 큰 어금니가 나온다.

정리하면 앞니 > 작은 어금니 > 송곳니 > 큰 어금니 순서로 유치가 자란다. (위 사진의 ‘아이 이 나는 시기’를 참고)

유치 빠지는 순서가 곧 영구치가 새로 나는 순서이다. 처음 이가 났던 차례의 역순으로 유치가 빠진다.

간혹 아이의 앞니를 뽑고 어금니에 앞서 송곳니를 먼저 뽑는 우를 범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상당 시간을 기다려 아이의 새 송곳니(영구치)를 봐야 한다.


마이쮸와 실 묶기로 유치 뽑기

아이의 이가 흔들리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 갈 무렵(정확히는 3주~4주 사이) 이를 뽑을 때가 됐음을 직감했다.

찾아보니 실을 묶어 뽑는 클랙식(?)한 방법과 마이쭈를 이용한 신박한 방법(관련 영상 바로가기)의 이 뽑기가 대세였다.

‘실 묶기’보다는 마이쭈를 이용한 방법이 더 쉽고 아이에게도 거부감이 없을 듯해서 먼저 시도했으나 실패였다. (2번 정도 더 도전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그 후로 3일가량을 더 기다려, 실 묶기로 이를 뽑았다. (많이 흔들려, 아이는 잇몸 아래에서 이상한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가 흔들릴 때 피 맛이 느껴지는 듯)

이를 뽑은 뒤 바로 밥 먹는 것이 어색하거나 불편할 것을 고려해 저녁 식사 이후로 때를 골랐다. 밥 잘 먹어서 잘했다는 칭찬을 건네며 좋아하는 TV 한편(동물 탐정단)을 켰다.

이가 얼마큼 잘 흔들리는지 실로 묶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근거 없는) 설명으로 실 묶기를 마쳤다. (참고한 실 묶기 영상 바로가기)

한 번에 뽑지 못하면 서로 불편해(?)질 수 있으므로 꽤 과감하게 이마를 ‘탁’ 치며 실을 당겼다. 흔들리던 이는 대번에 빠졌고, 아이는 아픈 이마를 만지며 어리둥절했다. 실에 묶인 이를 눈으로 보고서야 이가 빠진 줄 알았다.

이가 빠진 잇몸에서 뒤늦게 송골송골 피가 흘렀고 그걸 보고야 눈물을 터뜨리는 별가루. 거즈를 물리고 동물 탐정단 2편을 더 봐도 좋다고 했다. (그사이 피는 멎었다.)

그 후로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이가 빠진 잇몸 안에는 영구치의 하얀 끝이 조금 비친다.

별가루에게 물어보니 유치원 같은 반에 이 빠진 친구가 4명 있다고 한다. (스무 명 정도가 한 반이다)

조금 빠른 감이 있다.

빠진 아래 앞니 옆의 흔들리는 이는 보다 충분히 두고 볼 생각이다. 아이가 아주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생활 속에서 이가 빠질 때까지 기다릴까 싶다. (밥 먹다가, 양치하다가 빠질 수 있게)

빠진 이를 머리맡에 두고 잠자기 전, 소원을 빌면 된다고 했더니, 별가루는 “아빠, 나는 우리나라가 통일되었으면 좋겠어.”라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려준다. (큰일 치렀으니 말하는 것 하나는 사줘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엉뚱하기도, 대견하기도(소원도, 이를 잘 뽑은 것도) 해서 잠자리에 누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별가루가 자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