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기인데도 유도 분만한 이유 (임신 10개월)

  • 카카오톡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유도분만은 촉진제(옥시토신, 프로스타글라딘 성분)을 투여해 자궁을 인위적으로 수축게 만든다.

보통 태아가 너무 크기 전 분만해야 할 때, 양수가 너무 빨리 터졌을 때(또는 너무 많이 줄어들었을 때), 출산 예정일이 지나도 아기가 나오지 않을 때 유도분만을 한다.

출산 예정일이 되었는데 아기는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간혹 진통이 있었지만, 가진통에 그쳤다. 우리는 예정일을 하루 지나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유도 분만하는 날

임신 10개월,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아기 체중이 겨우 2.5kg 정도라 했다.

출산했을 때 이보다 더 작으면 인큐베이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안내도 받았다. (2.5kg 미만인 아기는 저체중아로 분류해서 인큐베이터에서 조금 더 성장토록 한다.)

막바지에 들어 아기 체중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 와이프는 평소보다 열심히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와이프 체중만 늘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될까 하는 걱정에 출산예정일이 지나더라도 좀 더 크고 나서 분만할 수 있는지 물었다. (참 무지한 질문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출산예정일이 지나면 태반의 기능이 약해져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했다. (태반이 기능을 못 하면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혹시 있을 태반조기박리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어서 작더라도 일단 세상에 나오는 것이 좋다고 유도분만을 권했다.

자연분만(유도분만) 중인 아내의 손을 꼭 잡은 남편


이런 설명을 숙지하고 다음 날 가족분만실로 향했다.

그동안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출산 상황을 대비해 막달에는 술자리를 죄다 피했다. (집에서 혼자 먹는 것도) 만약이라도 갑작스레 운전하게 될까 그랬다.

이런 대비가 무색하게 우리는 가벼운 가진통을 느끼며 평소처럼 걸어서 분만실에 들어섰다.

유도분만 촉진제 투여

아내는 진짜 진통이 오지 않아서 유도분만 촉진제를 투여키로 했다.

그전에 음모를 제거하고 관장을 했다. (와이프는 이를 많이 불편해했다. 나 역시 싫다.)

분만 마지막에 회음부를 절개하는데 출산 후 수월한 봉합을 위해 미리 음모를 제모한다.

출산 과정에서 과하게 힘을 주다 보면 배변을 할 수 있어 미리 관장도 필요하다. (분만한 아기가 배변에 오염·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

유도분만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친 뒤, 먹는 형태의 유도분만 질정제를 복용했다.

자궁 입구를 부드럽게 만들어 유도분만 촉진제를 투여하기 위한 조치다. (촉진제는 건강 보험 적용이 되나 질정제는 별도 비용이 추가 정산된다.)

촉진제 사용까지 마치고 얼마 뒤 가족분만실에서 아내와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조금 지나서 아내는 조금씩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비로소 양수가 터지고 자궁 경부가 열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자궁 문이 열리는데 그만큼 아내의 신음도 깊어져 갔다. 그것을 지켜보는데 나는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통증이 가시길 바랐다.


그 와중에 밥 먹고 오라고?!

자궁 경부가 열리기 시작하니 의료진은 중간중간 “1cm, 2cm… 3cm입니다.”라며 자궁 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알려주었다.

열리면 열릴수록 와이프는 통증을 자주 많이 느꼈다. 문제는 그것이 10cm 정도는 열려야 아기가 나올만하다는 것이다.

초산의 경우는 이로부터 12시간(길면 15시간까지) 이후 아기가 태어난다고 했다.

나는 나대로 머리가 어질했다. 지금도 저리 힘든데 한나절은 꼬박 더 몸부림쳐야 하는 아내에게 괜히 미안했다.

잠시 후 간호사는 내게 “아빠는 저녁 먹고 오세요.” 라고 했다. 17시쯤 가족분만실에 들어갔는데 그사이 밥때가 된 것이다.

와이프는 괜찮다며 내게 얼른 식사하고 오라 했지만, 차마 갈 수가 없었다. (솔직히 배는 고팠지만, 땀범벅인 당사자를 두고 다녀오는 게 쉽지 않았다.)

여태 세상 가장 무거운 중압감에 짓눌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순간 밥 먹고 오라는 말이 참 아이러니하게 들려 맥이 탁 풀렸다. (다들 이렇게 식사하니 괜찮다는 뉘앙스를 전하며 거듭 식사를 권했다.)

그 말에 또 허기를 느끼는 내 모습이 참 모순이었다. (곧 분만을 앞둔 아빠들이 있다면 병원에 가기 전 든든히 먹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