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귀지, 의사 엄마는 절대 빼지 않습니다.

신생아 귀지, 의사 엄마는 절대 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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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린 아기를 데리고 소아과에 간다. 의사 선생님은 청진기로 진료를 한 뒤, 간이 내시경으로 코와 귀 안을 들어본다.

평소엔 몰랐는데 옆에서 모니터로 확대된 우리 아기 귀 안을 보니 귀지가 잔뜩 쌓여있다. 내심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청결하지 못한 것 같아 집에 가면 아기 귀지를 빼줘야지 싶다.

그런데 이 상황 한정으로, 엄마 아빠는 좀 무심해도 된다. 신생아 귀지는 빼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의사들은 자기 아이의 귀지를 절대 빼지 않는다.


신생아 귀지, 노폐물이 아닌 보호막

귀지는 생리적으로 생성되는 분비물이다.

우리 몸의 대부분 생리적인 것들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귀지 또한 그렇다.

귀지의 성분은 PH6.1의 약산성을 띤다. 산성인 환경을 좋아하는 세균은 없다. 게다가 귀지에는 면역 및 항균 성분(라이소자임)도 포함되어 있다. (《0세부터 6세까지 우리집 소아과 – 은성훈, 양세령 저》 참고)

즉, 우리 몸이 필요해서 저절로 만들어내는 소독약인 셈이다. (신생아 귀지는 중이염 호발균의 성장을 99% 억제한다는 몇몇 연구 결과 발표도 있다.)

게다가 귀지의 기름진 성분은 해당 부위의 보습도 책임진다. 물놀이 또는 샤워 후, 귀 안에 로션을 바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귀지가 그 역할을 이미 해주고 있다.

《의사 아빠 깜신의 육아 시크릿 – 김종엽 저》의 저자에 따르면 한 번도 아이 귀지를 일부러 청소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 귀에 벌레가 들어와 병원을 찾은 응급 환자들을 진료 해보니, 하나 같이 귀가 너무 깨끗했다고 한다.

귀지가 바깥귀길에 차 있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테고, 설령 벌레가 들어갔어도 고막까지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당한 귀지의 부피감은 이처럼 외부의 침입에 대한 첫 번째 방비 역할을 한다.

그래도 그냥 둬서 아기 귀지가 너무 쌓이면?

우리 몸은 귀지를 저절로 교체하는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다. 귀지가 있는 바깥귀길의 피부세포 층은 고막에서 시작해 바깥 방향으로 자란다. 이 움직임을 따라 먼저 생긴 귀지는 바깥쪽으로 배출된다.

아기 귀지를 보고 있는 엄마

우리 육안으로 보이는 귓바퀴에 있는 귀지가 이렇게 나온 것이다. 귀 청소를 한다면 이렇게 보이는 곳의 귀지만 닦아줘도 충분하다.

특히 보이지 않는 귀 안 쪽으로 면봉이나 귀이개를 넣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간혹 귀지 흡입기는 괜찮다는 이도 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신체에서 가장 피부가 두꺼운 곳은 발바닥이다. 반대로 귀는 가장 피부가 얇은 곳 중에 하나다.

그런 곳에 (부드러운)면봉이라 할지라도 귀는 피부가 너무 연약한 부분이기에, 면봉 사용이 수세미로 문지르는 것 같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목욕탕에서 세신 타월로 얼굴을 문지르는 사람을 보면 어떤가? 갖고 있는 스크럽 제품을 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귀에 면봉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간혹 귀에 물이 들어가서 면봉으로 젖은 물기만 닦아준다는 이도 있다.

바닷가에서 매일 수영하는 이를 떠올려보자. 또는 매일 수영을 가르치는 강사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이 매일 같이 면봉으로 귀를 닦는다면? 찰과상으로 귀 안은 상처투성이가 될 테다. 귀에 들어간 어느 정도 물기는 우리 체온만으로 자연스레 건조된다.

만약 신경 쓰일 정도라면 헤어드라이어의 시원한 바람으로 귀를 말려주는 것이 좋다.

‘이구전색’, 귀파기가 허용되는 유일한 때

‘귀지떡’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구전색’(耳垢栓塞)은 귀지가 귀를 틀어막을 정도로 쌓인 상태를 일컫는 의학 용어다.

이는 귀의 자정 작용이 고장 나서 비정상적으로 귀지가 쌓이는 것이 원인이다. 보통은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에게서 이런 증상이 자주 관찰된다.

신생아 귀지 문제로 이구전색을 걱정해야 할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이처럼 고막 부근까지 귀지가 꽉 찼다면 이때는 귀지 제거가 필요하다.

신생아 귀지를 확인하는 의사

이때도 집에서 아기 귀지를 청소하는 것은 별로 권하지 않는다.

한 가지 팁이라면, 병원을 방문하기 전, 식용 올리브 오일 한 방울을 귀 안에 흘려보내는 방법을 써보자.

올리브 오일 한 방울은 딱딱했던 귀지를 녹여, 귀지를 바깥으로 밀어낸다. 하루 이틀 뒤에는 귀의 본래 자정 청소 시스템이 정상 가동된다.

이렇게도 대응이 안 되면 그때 비로소 소아과 내지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아이의 귀지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신생아 귀지에 관해서는 무심한 엄마, 아빠가 되길

본문 내용과 달리 우리 집의 별가루도 귀지를 여러 번 제거했다. 요즘 귀이개는 성능도 좋아서 같이 장착된 전등으로 귀 안을 훤히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귀지 흡입기를 써보려 하나 쉽지 않은 아빠

과연 우리 딸은 어떠했을까?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듯 가만있질 못했다. 그래도 몇 번 해봤다고 한참 후에는 꾹 참고 누워있지만 간지러워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아찔하다.

잘못해서 귀 안에 상처라도 났다면? 아주 최악으로 고막을 다치기라도 했다면?

이제부터는 딸의 귀 청소는 물론, 엄마 아빠의 귀지 제거도 우리 집에선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