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5살이 된 별가루가 조용해서 ‘무엇 하고 있나?’ 찾아보면 (어떻게 올라갔는지) 책상에 앉아 작은 손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꾹꾹’, ‘딸각딸각’ 누르고 있었다.
이 무렵 아이 손에 쥐어준 것이 ‘뽀로로 코딩 컴퓨터’였다.
아빠 것보다 더 예쁘고 알록달록한 노트북을 갖게 된 아이는 꽤 좋아했다. (무려 뽀통령이 장식된 컴퓨터였다.)
나는 가능한 집에 오면 디지털 전자제품의 사용을 삼갔다. 최대한 아이에게 이런 노출을 지양하고픈 마음에서였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에게 ‘뽀로로 코딩 컴퓨터’를 사준 것은, 그나마 다른 디지털 장난감보다 나은 점들이 많다는 판단에서였다.
‘유튜브 보다는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여느 엄마, 아빠처럼 나도 별가루에게 유튜브, TV 시청 등 영상 매체에 대한 노출 빈도를 최대한 줄이려 했다.
그럼에도 유튜브에 기댈 수밖에 없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
주로 외식할 때나, 아침에 옷 입기, 머리 묶기 등의 등원 준비, 저녁 식사 후 잠시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위해 영상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로)
‘그것보다는 낫겠지’란 마음으로 5살(46개월) 별가루에게 ‘뽀로로 코딩 컴퓨터’를 선물했다.
뽀로로 컴퓨터에는 ‘코딩, 한글, 영어, 수학, 컴퓨터 교실, 두뇌 게임, 음악, 그리기’에 해당하는 8개 주제의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뽀로로 코딩 컴퓨터에서도 그리고, 색칠하는 기능에 먼저 관심을 보였다.
그다음은 두뇌 게임을 좋아했고, 근래 한글 읽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영향인지 ‘한글’ 기능도 조금 이용했다.
특별히 이 제품으로 아이의 학습적인 결과물을 기대하진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튜브 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구입한 것이었다.
뽀로로 코딩 컴퓨터, 3개월 사용 후기
터치스크린 사용의 일반화로 시각화 자료를 보면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편적인 세상이 되었다.
별가루도 뽀로로 코딩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 화면의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았다.
하지만 뽀로로 컴퓨터는 터치스크린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야 한다.
딸아이는 왼손잡이인데, 뽀로로 컴퓨터는 유선 마우스가 오른손잡이 위치에 부착되어 있어 오른손 사용이 불가피했다.
덕분에 평소 안 쓰는 오른손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왼손잡이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주목할 점이다.)
개인적으로 뽀로로 코딩 컴퓨터를 사고 제일 만족했던 점은 아이의 한글 쓰기에 관한 부분이다.
유치원에서 한글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이 몇몇 있었는데, 별가루도 그런 친구들을 따라 한글에 관심을 보였다. 자주 마주치는 몇몇 글자를 알은체하더니 산타 할아버지나 떨어져 사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한글을 써보려 연필을 잡는 아이가 마냥 기특했다.
물론 삐뚤삐뚤, 틀리게 쓴 글자가 많았지만, 굳이 지적하거나 바로 쓰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는 글자를 그림 그리는 것처럼 익히고 배우고 있었다. (내 간섭이 자칫 글자에 관심을 흩뜨릴까 염려했다. 아이는 겨우 5살이었다.)
그 덕에 자음의 방향이 다르거나 획을 쓰는 순서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썼다.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뽀로로 코딩 컴퓨터가 그 아쉬움을 조금 해소해 주었다.
가령 아이는 ‘장난감’이라는 글자를 쓸 때, 「ㅈ ㅇ ㅏ / ㅏ ㄴ ㄴ / ㄱ ㅁ ㅏ」 처럼 그 순서와 방향을 마음대로 썼다.
뽀로로 코딩 컴퓨터에는 한글 파트에 뽀로로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아이는 패티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데 키보드에 있는 글자를 본인 방식으로 입력하니 완성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아빠에게 어떻게 하냐고 물어 글자를 완성했다.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순서대로 자음과 모음을 입력해 글자를 만들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원래 쓰던 순서와 방식과 다르게 써야 하는 것을 알아챈 눈치였다.)
6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본인 편한 방법으로 글자를 쓰지만, 제대로 순서를 지켜 쓰는 글자가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뽀로로 컴퓨터 1년 사용 후기
여느 장난감처럼 뽀로로 컴퓨터도 몇 번 사용하니 시들해졌다.
그래도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 꽤 오래갔다. 구매 후 두어 달까지는 유튜브보다 뽀로로 컴퓨터를 더 좋아했다.
코딩 컴퓨터라는 브랜드 네이밍과는 무관하게 역시 끝에는 게임기가 되었다.
그래도 위안인 것은 그 게임 안에 규칙을 도출한다거나 숫자 셈이 필요한 구성이 있어 학습적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는 점이다.
한 가지 유의미한 점은 한참 만에 꺼내주면 6살이 된 지금도 한 번씩 뽀로로 컴퓨터 앞에서 20~30분을 보낸다. (아직도 유튜브 보다 낫다는 개인적인 평가는 변함이 없다.)
구매를 고심하는 이에게 개인 의견을 건네자면, 무리해서 살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을 고민한다면 나쁘지 않다. (평소보다 좀 더 지출을 감수하는 시점에서는)
이런 코딩 컴퓨터의 구매 계획이 있다면 꼭 ‘뽀로로 코딩 컴퓨터’여야만 할 필요는 없다.
비슷한 기능들이 구현된 코딩 컴퓨터는 많다. (핑크퐁, 콩순이 브랜드 등)
그럼에도 우리가 ‘뽀로로 코딩 컴퓨터’를 구입한 것은 뽀통령이라 불릴 만큼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캐릭터가 갖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
또 8 ~ 10만 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경쟁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아이가 5, 6살 정도가 되면 한글 공부와, 학습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시중에 영상 매체를 수단으로 하는 태블릿 학습지 프로그램이 많다. (윙크, 밀크T아이 같은)
그것들과 비교하면 뽀로로 코딩 컴퓨터는 좀 조악한 편이다. (가격을 따져 보면 이해가 가긴 하지만) 따라서 태블릿 학습지를 먼저 경험한 아이들은 그것보다 밋밋한 코딩 컴퓨터에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다.
따라서 5, 6살 아이의 선물로 뽀로로 코딩 컴퓨터를 고민한다면 위의 조건들을 참고해 판단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