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로타바이러스 백신(로타텍 로타릭스)은 신생아 예방 접종에서 선택 접종으로 분류되어 약 10만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반갑게도 올해부터는 국가 필수 접종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전에는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두고 ‘선택 접종인데 해야 하나?’, ‘필수가 아니니 안 해도 되나?’ 를 고민했다.
하기로 했다면 로타텍과 로타릭스 중에 어떤 백신으로 로타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할 것인지 골라야 한다. (올해부터는 필수 접종으로 바뀐 만큼 소아과에 가기 전 하나를 선택하고 방문하면 된다.)
선택에서 필수가 된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
로타바이러스 증상은 주로 5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급성 장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장염이니만큼 설사가 주된 증상이다. (심하면 일주일 이상 설사가 이어진다.) 먹는 대로 소화하면 곧바로 설사로 이어져 탈수가 오는 아이들이 많다.
설사만큼 무서운 건 발열이 동반된다는 특징이다.
열이 나면 39도가 넘는 고열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 소아 사망의 9%가 설사 질환과 관련이 있다. 「처음 부모 육아 멘붕 탈출법 – 곽재혁 저」참고.)
전 세계적으로 5세 이하의 아이들이 설사하는 원인 중 1/3이 로타바이러스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가 생후 6주가 지나면 곧바로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하도록 WHO는 권한다. (겨울철에 특히 유행해서 봄까지 기승을 부린다. 주로 손에서 손으로 전염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선택 접종일 때도 많은 부모가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은 꼭 선택하는 추세였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필수 접종이 되기 전 이미 85%의 부모가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맞히고 있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임신 출산 육아 – 박은성, 이혜란 저」참고.)
접종은 하기로 해놓고 로타텍 로타릭스 중 어떤 백신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더 많았다.
로타텍 vs 로타릭스
일단 로타바이러스는 예방접종을 하기만 하면 85~100%에 달하는 높은 효과가 있다.
이 좋은 백신을 두고도 우리는 엄마, 아빠이기에 (아기에 관한 문제라면 사소한 선택에도 망설임이 동반되는 필연으로) 로타텍과 로타릭스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따져보게 된다.
3회 접종하는 5가 배신 로타텍은 사람과 소의 유전자를 재배열해서 얻은 균주를 이용한 백신이다. 총 다섯 가지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어 예방 범위가 넓은 특징이 있다.
로타텍은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까지 총 3회에 걸쳐 접종한다.
2회 접종하는 1가 백신 로타릭스는 로타바이러스의 형질 중 가장 흔히 발현되는 한 가지 형질에 대한 항체를 형성한다. (제조사 GSK는 이 한 가지 형질의 항체로도 나머지 형질에 대한 교차 예방 효과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로타릭스는 생후 2개월에 1차, 4개월에 2차. 총 2회 접종한다. (여건상 빨리 보육시설에 보내야 하는 엄마, 아빠가 로타릭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상당수 의사들이 두 백신의 성능 면에 차이가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둘 다 먹는 약이라는 특징도 같다.)
우리보다 앞서 로타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국가 필수 접종으로 운영하는 스웨덴, 독일 등의 유럽 국가에서도 두 백신의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효과가 동일하다면 3번보다는 2번 만에 끝나는 로타릭스 접종을 결정했다. 의사 선생님의 면담에서 로타릭스를 찾는 엄마, 아빠가 좀 더 많은 경향이 있다는 설명도 선택에 한몫했다.
끝이 없는 신생아 예방접종
아기가 태어난 뒤 첫돌을 맞을 때까지 참 많이도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를 찾았다. (아기가 아파서보다 예방 주사 맞으러 더 많이 갔다.)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위해 생전 몰랐던 외계어 같은 로타텍과 로타릭스에 관해 공부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돌아서면 폐구균 백신(프리베나vs신플로로릭스), 일본뇌염 백신(생백신vs사백신) 같은 예방접종 때도 선택을 강요당한다. 그에 앞서 bcg 예방접종 때도 경피용과 피내용 중 골라야 한다. ( BCG 경피용 피내용의 차이는 <관련 글 바로가기)
이럴 때마다 그냥 소아과에서 비용에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골라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선택하는 프리베나와 사백신으로 폐구균, 일본뇌염을 예방 접종했다.)
아기의 건강에 관한 문제라 귀찮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끄적여 두었던 메모를 들추어 보니 감회가 새롭다.
시간이 지나 지금 생각해 보면 비단 예방접종뿐만 아니라 아기가 자라며 겪는 대다수의 문제가 아빠인 내게 선택의 연속이었다.
정답을 찾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저 최선을 고민한 흔적이 남는다. 오랜만에 메모를 뒤져 포스팅의 한 줄 한 줄로 그 흔적들을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