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꽁 좀비」 with.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

「꽁꽁꽁 좀비」 with.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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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특징을 한 가지 꼽자면 사람이 아닌 등장인물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림책은 동물들이 주인공일 때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 그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꽁꽁꽁 좀비」에는 냉장고 안에 있는 갖가지 식재료가 등장한다. 책은 이들에 대한 의인화가 주는 묘미를 참 잘 살린다.

별가루는 간식을 찾으러 냉장고 문을 열며 보았던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그것도 재밌게) 이야기가 즐겁다.

최근에는 「꽁꽁꽁 좀비」를 오마주한 것 같은 「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는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아이는 앞서 즐겨본 「꽁꽁꽁 좀비」 덕분에 유사한 소재를 다룬 「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 역시 재밌게 보았다.


만화를 그렸던 그림책 작가 윤정주

「꽁꽁꽁 좀비」는 윤정주 작가의 꽁꽁꽁 시리즈 5권 가운데 3번째 출간된 책이다. (단권으로 발매된 책이 5권의 시리즈가 될 만큼 작가는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윤정주 작가는 그림책을 쓰기 전, 본래 만화를 그리던 사람이었다.

웹툰 붐이 일기 전 만화 산업은 상당한 침체기에 빠졌고, 그로 인해 그림책을 펴냈다. (윤정주 작가의 그림책을 보자면 말풍선이 곳곳에 달려있고 만화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꽁꽁꽁 시리즈 외 다수의 그림책을 만든 이력이 있다.

나는 그녀의 작품 중 오늘 소개하는 「꽁꽁꽁 좀비」「꽁꽁꽁 피자」「악몽 도둑」을 인상 깊게 읽었다. (별가루가 그 책들을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의인화가 주는 재미의 극치, 「꽁꽁꽁 좀비」

책 속에서 지우네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났다.

컴퓨터도, TV도, 선풍기도 조용히 멈췄다. 소란스레 돌아가는 집이 고요했다.

문제는 냉장고도 조용해졌다.

설상가상, 이틀 계획으로 집을 비웠던 지우네는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로 공항에서 발이 묶인다. 처음 계획과 달리 지우네 휴가는 무기한 길어졌다.

꽁꽁꽁 좀비 프롤로그

이때 냉장고 안에서는 음식들이 상하고, 부패한다.

썩어버린 여러 식재료들이 스멀스멀 좀비가 되어 깨어났다. 다행히 상하지 않은 자두 삼총사가 좀비가 되어버린 음식들을 틈바구니에서 안전한 냉장 칸을 찾아다닌다.

꽁꽁꽁 좀비 책

별가루는 못생긴 좀비 재료들이 방귀도 뀌고 응아도 싸는 장면에서 많이 웃었다. (유아들에게 방귀, 응아, 코딱지는 웃음 치트키니 잘 통할 수밖에.)

자두 삼총사는 한 칸 한 칸 위로 올라가, 맨 위층에 상하지 않은 재료들이 모여 사는 냉장 칸에 도착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냉장고 안에 음식 좀비들은 늘어나고 멀쩡한 식재료들의 턱밑까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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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재료들과 자두 삼총사는 사이다 캔을 흔들어 딴다, 그리고 좀비들에게 뿌려버린다. 그렇게 좀비들을 해치우고 있는데 지우네 가족이 돌아왔다.

가족은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때 지우가 냉장고 문을 열고 난장판이 된 상황에 놀란다.

꽁꽁꽁 좀비 엔딩


‘냉장고가 설사했다!’

상한 음식을 뒤집어쓴 지우가 외치는 한마디. (최대한 익살스럽게 읽어주려 노력한 덕분인지) 별가루는 킥킥 소리 내어 웃었다.

몇 번 더 「꽁꽁꽁 좀비」를 읽었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기대하는 눈치라 한껏 과장해서 읽는 대목이기도 하다.

재미와 환경 문제를 잘 버무린 「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

「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는 피카 그림책 시리즈의 8번째 책이다. (「춤추는 사자 브라이언」, 「코라의 혀가 달아났어요」같은 전작이 있다.)

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 그림책

미국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작가가 먹다 남은 음식들이 냉장고에 쌓여서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것이 너무 싫어 이런 소재의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는 알록달록 색감으로 음식들을 표현했다. 책장을 넘기며 형형색색의 음식들에 절로 눈이 간다. 아이는 앞서 「꽁꽁꽁 좀비」를 읽은 덕분에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들에 흥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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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에서는 좀 더 사실적인 내용들을 다룬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죽은 음식들이 가득한 냉장고를 깨끗이 청소하는 건 ‘베이킹 소다’박사와 ‘레몬즙’청소 팀이다.

특명 냉장고를 구출하라 엔딩

책을 읽으며 베이킹 소다는 거품을 일으켜 청소를 깨끗이 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빠가 세탁기로 빨래할 때도 넣는다고 하니 아이는 다음 세탁할 때 자신이 하얀 가루를 넣어보겠다고 한다.

마침내 냉장고 속에 평화가 찾아오고, 깨끗해진 냉장고 그림은 읽는 이가 개운함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는 다시 「꽁꽁꽁 좀비」를 읽자고 한다.



음식 쓰레기에 대한 딸과의 담론

너무 거창하게 ‘담론’이란 단어까지 끌고 왔다.

냉장고의 상한 음식들에 대한 그림책을 몇 권 읽다 보니 자연스레 식사할 때 남기지 않고 잘 먹자는 이야기를 아이와 나누었다. (생각지 못한 성과였다.)

물론, 몇 번 관련된 책을 읽었다고 단번에 식습관이 개선되지 않으나 아이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놀라웠다. (나부터 여전히 음식을 가려 먹으니 아이 앞에서 부끄러울 뿐)

이런 훈훈한 피드백과 별개로, 당황해 웃음이 나온 적도 있다.

「꽁꽁꽁 좀비」를 보며 아빠도 저 냉장고는 못 치우겠다고 했다.

별가루는 “어?! 아빠도 저런 냉장고는 청소할 수 없어?”라고 되묻더니, 큰 사실을 알아낸 듯 엄마에게 달려가 아빠도 상한 음식이 있는 냉장고는 청소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일부러 업무분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청소는 주로 아빠가 하는데, 그런 아빠도 더러워진 냉장고는 청소를 못 한다는 것이 아이 딴에는 인상적이었나 보다.

나는 특종을 알리려 엄마한테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